포스트

악질 이름 생성기를 되돌아보며

안녕하세요, 악질 이름 생성기 개발자 박종현입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분들이 악질 이름 생성기를 사용해주셨습니다. 정말 분에 넘친 사랑을 받은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터디카페에서 친구 노트북을 뺏어다가 잠깐 코드를 짜본게 일주일 전 지금 이순간이었는데 이렇게 후기글을 남길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페이스북, 디시인사이드, 트게더, 트위터… 악질 이름 생성기가 언급되지 않은 사이트가가 없었고, 급기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차트에 며칠동안 올라가있는 영예를 얻었습니다.

오늘은 악질 이름 생성기가 개발된 구체적인 경위와 현재의 운영 상황,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밝혀보고자 합니다.

악질 이름 생성기는 어떻게 만들었나?

악질 이름 자체는 유튜브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 4월 1일 만우절에 친구로부터 (엄준식)을 세로로 합치면의 원본 영상 셋을 공유받아 악질 이름 드립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댓글들을 보고 정말 오랫동안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과는 별개로 악질 이름 생성기는 전혀 다른 출발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올해 생기부 사정때문에 학교간 협력교육과정 게임 프로그래밍 과목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 수업의 평가 항목에 게임 제작이 있어서 이따금 어떤 게임을 개발해볼까 고민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임의로 생성되는 악질 이름에 맞춰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 아이디어는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험생 신분으로는 컴퓨터를 붙들고 몇 시간씩 코드를 짜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법입니다. 수업 성취도 평가용 개발 과제라고 해도 말이죠. 그래서 구현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 쉬는시간에 잠깐씩 시험삼아 만든 것이 악질 이름 생성기의 시초였습니다.

그렇게 코드조각을 조금씩 쪄 내기를 반복하던 와중, 친구 노트북을 뺏어다가 몇몇 코드 조각을 웹 규격으로 재작성한 것이 바로 지금 인터넷에 공개된 악질 이름 생성기입니다.

초기의 악질 이름 생성기 디자인은 단조로웠습니다.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만든 것이 아니으므로 적당히 동작만 하면 됐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디자인은 사이트 개설 당일 저녁에 적용되었고, 이 디자인도 완벽하지는 않아 kiwiyou님께서 해주신 조언을 바탕으로 며칠 뒤 디자인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껏 취미로 만들었다가 폐기한 코드가 하나 둘이 아니어서 악질 이름 생성기도 비슷한 노선을 걸을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이트 초기에는 친구들과 쉴때마다 아무 어휘나 코드에 툭 던져놓고 다시 빼내는 것이 일상이었죠. (아마 이때 악질 이름 생성기가 실검에 올랐다면 좀 논란거리가 생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상은 금방 깨지게 되었습니다. 평소 팔로우하던 SNS 페이지에 보내본 악질 이름 생성기가 팔로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미리 논란을 차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의 반응보다는 규모야 많이 덜하지만, 그정도 반응을 얻은 것도 난생 처음 있는 일이어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당시에는 학교 선생님들의 성함이 예시 이름 목록에 추가되어 있었기 때문에 스크린샷이 퍼지는 것조차 그렇게 달갑지 않았는데, 백여건 정도의 스크린샷이 만들어져서 퍼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결국 급하게 선생님 성함, 사적인 어휘, 논란이 일 수 있는 여지를 가진 요소들을 핫픽스를 통해 몇번이고 수정했습니다. 이 작업을 거치고 나서야 안심하고 악질 이름 생성기를 모두에게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습니다.

실시간 검색어가 쏘아올린 커다란 공

눈물이 덜덜 떨리고 온몸이 나네요.

누구나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게끔 악질 이름 생성기를 “무해하게” 수정하면서도, 아무리 널리 퍼져봐야 사이트 몇 곳 사용자들만 알음 알음 방문해보고 말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예상과 달리 악질 이름 생성기는 급기야 실시간 급상승 검색에 차트에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스크린샷을 제대로 찍어놓은게 없어 아쉽지만, 차트 설정을 좀 조정하면 1위에 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두고두고 잊지 못할겁니다.

하지만 실검에 올랐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지만은 또 않았습니다. 실검에 오르면 이전보다 방문자층이 넓어질게 분명하고, 원래는 별 문제가 없던 어휘들이 신규 유입층의 관점에서는 문제적인 어휘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에 어휘를 더 세심하게 손봐야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연한 사실이었습니다.

관점의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하나의 글 안에서도 악질 이름 생성기 평가 댓글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각자 분리했을 때는 문제가 없는 어휘들이 조합되었을 때 문제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지하철역”과 “앞에서절두번하는” 어휘가 이 케이스로 두 어휘의 조합이 대구 지하철역 참사를 희화화한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결국 별도의 예외처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악질 이름 생성기의 기본적인 방향 자체가 불손하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이슈에 대응하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아 급히 사이트를 내릴까 고민도 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또 이상한 방향으로 관심을 받을 것 같아서 결국 에스크로 제보를 받고 핫픽스로 어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문제에 대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에스크는 메인 페이지에서 링크를 몇번 더 타야 들어갈 수 있어서 사용자가 별로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며칠간 답변이 그렇게 많이 올 줄 몰랐습니다. 공부 시간을 줄이기보다 취침 시간을 줄이고 커피를 몇컵씩 마시는 나날을 반복하며 작성일 기준(5월 14일) 거절 질문 51건을 제외하고도 총 217건을 처리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

어느 분이 후속 사이트 계획을 문의해주셨는데, 일단 후속 사이트 계획은 없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이 이 작업에서 손 떼는데는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악질 이름 생성기에도 더이상 무언가 큰 변화는 있지 않을것 같습니다.

몇번이고 밝혔듯이 저는 고삼 현역 수험생 신분이기 때문에 더이상 학업외 일에 시간을 쏟을 수는 없습니다. 이미 학업 계획에 어느정도 차질이 생겼고, 이를 메우는데에도 상당히 고생할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저는 사실상 악질 이름 생성기에서 손을 떼게 될 것 같습니다. 에스크를 통해 모은 어휘 제안들도 이번 주말 한번만 더 추가하고 더 이상 어휘를 추가하는 작업은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도 사이트를 내리지는 않습니다. 서버 운영은 제가 아니라 깃허브가 열심히 해주고 있기 때문에.. 방치해둘 생각입니다.

마치면서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그동안 정말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습니다. 정말 충동적으로 시작한 일인데 이렇게 별 탈 없이 마무리되어가서 너무나 기쁠 뿐입니다.

저는 이제 다시 고된 수험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지체되었지만, 이번 경험은 그만큼 값진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빌려 군말 없이 노트북을 내어준 현재, 악질 이름 생성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PD아무무 엄준식님, 초기에 악질 이름 생성기를 즐겁게 사용하고 많은 팔로워들에게 퍼뜨려 준 페이스북 페이지 컴퓨터뽑아주는동네오빠, 짧은 시간동안 악질 이름 생성기를 분석하시고 PR(코드 수정)을 넣어주신 SoohanBae님, 2001hcy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악질 이름 생성기를 빛내주신 약 31만의 사용자 여러분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