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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은 SSD 250GB + HDD 2TB 조합을 피해야 한다

데스크톱 PC를 맞출 때 많은 사람들이 저장 장치를 SSD 250GB + HDD 2TB 조합을 구성합니다. 250GB의 SSD는 크게 부담을 못 느낄 정도로 싸기도 하고, 부족한 용량은 HDD가 어떻게든 해주겠다는 생각으로 말입니다. SSD에는 OS와 오피스, 유틸리티 프로그램, 자주 하는 게임을 설치하고, HDD에는 덜 사용하는 프로그램과 백업 파일, 문서 더미들을 넣어놓는 용도로 사용하면 용량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들 합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그럼에도 SSD 250GB + HDD 2TB 조합을 피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파티션을 용도별로 나눠 사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귀찮고 복잡하다

파티션을 용도별로 나눠 사용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문서나 사진들은 용도에 맞는 파티션에 직접 옮겨 보관만 하면 되지만,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프로그램은 설치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컴퓨터 시스템에 설치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설치 경로를 따로 지정할 수 있지만 새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마다 시스템 기본값이 아닌 경로로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지정하는 건 쉽게 잊을 수 있고, 귀찮은 일이기도 합니다.

만약 컴퓨터를 잘 모르는 지인의 시스템을 구성할 경우, 이 지인이 이 “복잡하고 귀찮은 일”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단순히 프로그램의 설치 경로를 지정하는 일도 “잘 모르겠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UI 다이얼로그에서도 다이얼로그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채 “확인”, “다음” 버튼만 누르므로, 경로를 지정해야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시켰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실제로 실행에 옮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프로그램은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할 지 사용자에게 묻지 않는다

거의 모든 설치 프로그램들은 프로그램의 설치 경로를 물어보지만, 설치된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생기는 부수적인 데이터를 어디에 저장할 지 묻지 않습니다. 프로그램이 지정된 설치 경로 아래에 데이터를 저장할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막연합니다.

실제로 많은 프로그램은 지정된 설치 경로 아래에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습니다. 게임, 프로그램용 파티션을 하나 지정하고, 그 아래에 프로그램들을 설치했다고 하더라도 OS가 설치된 파티션의 용량은 계속 소모됩니다. 업데이트 패치 파일, 임시 파일들이 시스템 파티션에 저장되고, 시스템은 아예 앱의 데이터를 따로 저장할만한 폴더를 시스템 파티션에 제공하기도 합니다. 윈도우의 경우 %appdata%가 이에 해당하는데 이 폴더의 상세 정보를 확인해보면, 이 폴더 용량이 생각보다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용량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요즘은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고전적인 윈도우 폼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Electron(일렉트론)이나 그와 비슷한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아졌는데, 이들의 특징은 모두 크롬의 일부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일렉트론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아무 기능을 추가하지 않더라도 기본 200MB의 용량을 차지합니다.

사실 일렉트론이 아니더라도 과거와 달리 프로그램의 용량은 임베디드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깊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니므로, 개발자들도 프로그램의 바이너리 크기를 줄이고자 노력하지 않습니다. 결국 프로그램 전체의 평균적인 용량은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SSD 250GB + HDD 2TB 조합은 게임 용량에만 신경을 쓸 뿐, 여타 다른 프로그램의 용량을 고려하는 조합이 아닙니다. 이 조합에서 일반 프로그램은 SSD에 설치할 것을 기대하지만, 이제 일반 프로그램을 SSD에 모두 담기에는 250GB 남짓한 용량은 부담되는 크기입니다.

고성능의 연산 장치에만 집중하지 마라.

근래 데스크톱 PC는 완본체 PC를 구입하는 것보다 직접 구성하거나 조립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인식이 퍼지게 되면서, 소위 말하는 “가성비 PC”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가성비 PC” 조합은 사용자의 사용 패턴, 부품들 사이의 조화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임을 위해 연산 장치(CPU, GPU)의 성능을 극대화시키고, 다른 부품들로부터 예산을 절감하는 형태로 말입니다. 파워서플라이 값을 아끼다가 인입되는 전력이 낮아서 컴퓨터가 다운되는 경우도 보았고, 고성능의 CPU-GPU에 128GB의 SSD만 달았다가 게임을 설치할 용량이 부족한 경우도 보았습니다.

고성능 ≠ 고용량

지인의 새 데스크톱 PC를 직접 구성해주다보면, 열에 아홉은 새 PC에 온갖 프로그램부터 설치합니다. 개중에는 사용하지 않는 프로그램, 게임들도 있는데, 왜 설치하냐고 물으면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새 컴퓨터를 샀으니 아무 프로그램이나 깔아도 문제없지 않겠느냐는 대답을 듣곤 합니다.

PC가 고성능이라고 해서 고용량의 저장장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 것이라고 하더라도 저장 장치를 낭비해도 될 정도로 여유 공간이 많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마무리

많은 사람들이 연산 장치에 비해 저장 장치를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계속 이야기한 사람들의 사용 패턴을 고려하면, 저장 장치를 고평가한 시스템 구성이 사람들의 사용 효용이 더 높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시스템을 구성할 때 HDD 조합 여부와 상관없이 1TB 이상의 SSD를 확보하고자 노력합니다.

컴퓨터 시스템을 구성할 때, 저장장치를 조금 더 신경 쓸 필요가 있습니다.

더 나아가 SSD 250GB + HDD 2TB 조합은 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250GB는 생각보다 그렇게 큰 용량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