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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없을 군생활과 2023년을 마무리하며

The Weirdest Year of my Life

2023년이 저물어갑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고, 잊지 못할 경험들로 가득찬 1년이었습니다. 2022년 하반기를 포함해서, 근래 1.5년은 인생에서 가장 이상한 날들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 책임, 자유보다 조직 전체를 중시하고, 거대 기계의 부속으로서의 역할만을 요구받는 사회는 인생에서 처음이었습니다. 사회에서보다 책임의 무게는 가벼웠지만, 자유도 한없이 제한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닫힌 사회가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며 내심 불만을 품기도 했고 염증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여유가 없어지면 성격이 바뀐다는 걸 처음 체감했던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자기 자신이 염세적이고 비관적으로 변해간다는 걸 느낄 정도로 말이죠..

부대에서 경험하고 배운 것

부대에선 문제 상황이 발생하면 해야 할 일을 찾아 대응을 주도한다거나, 과업을 완료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을 찾아 상급자에게 제안한다거나, 모두가 손 뗀 일을 어떻게든 소화한다거나.. 몇 주간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날밤을 지새면서, 경험하기 어려운 대규모 훈련에도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세대 다른 간부와 낯선 선임들 사이에 끼어서 열심히 구르다 보니, 일을 하는 방법이나 눈치를 보는 방법 같은 것들을 어느 순간 터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의 휴가에서, 부모님을 따라 시골 댁의 김장을 도우러 갔습니다. 집안 어른들, 시골 댁 이웃 어른들 사이에서 김장 일을 하다 보니 문득 군 일과 시간의 익숙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째서 입대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걸까. 어른들 눈치를 보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고, 그 와중에도 제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것이 마치 부대에서 일과를 하는 듯했습니다.

김장 현장이 군부대처럼 굴러갔다기보다, 군에서 배운 것들이 사실 어딜 가나 통용되는 “일하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대 전에 작성한 글에서, “번아웃을 이유로 일을 대충 처리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습니다. 그때는 좋아하는 것, 취미로 하던 것을 일로 하면 일을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연구실 생활을 했었습니다.

마치 취미 생활 하듯 하기 싫은 일은 미뤄두는 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은 결국 일이고 결코 취미가 될 수 없었습니다. 거부감이 느껴지는 일도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하기 싫지만 일이니까 해야지”, “그럼 소는 누가 지키나”를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소대장님이 떠오릅니다. 아무래도 이러한 말씀들이 군 생활에서 배운 것들을 관통하는 뼈있는 마디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이것들을 잊지 않으며, 다가오는 2024년을 맞이할 준비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A Time for Change

부대 안에서는 그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와중에 SNS 속 친구, 지인들은 모두 나름대로의 성취를 일궈가는 것이 저 혼자 정체되어있다는 좌절감을 가중시켰습니다.

그래서 더욱 무언가를 성취하려고, 변화시키려고 강박적으로 노력했습니다. 매일 운동하고, 공부하고, 연등에 참여하고.. 생각해보면 얼마 없는 개인정비시간, 자유시간에는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Changed; 시도해서 성공한 것들

22.10AWS Certified Associate - Developer

22.2H — 22학년도 2학기 군E러닝, 호남의역사와문화: A

23.1H — 23학년도 1학기 군E러닝, 소비자학: A+

23.092023 전남대학교 PIMM 알고리즘 파티

9월 3일, 백준 온라인 저지에 2023 전남대학교 PIMM 알고리즘 파티(핌 파티) 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처음 여는 백준 대회이기도 하고, 군생활하면서 총괄을 맡아 준비해서 걱정이 항상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후기)

23.10 — 네트워크관리사 2급

10월 10일, 네트워크관리사 2급 실기시험이 있었습니다. 입대 이전에 필기시험은 통과해두었지만 실기시험을 응시하지 않았습니다. 여유가 생긴 김에 정기외출을 사용해서 실기시험을 응시하고 통과했습니다. 시험 1주일 전까지 공부를 않고 있다가 혹시나 떨어지면 어쩌지 하고 마지막에 열심히 자료 읽어보고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시험문제가 꽤 많이 쉬웠어서 좀 맥이 풀렸었습니다.

랜선은 부대에서 랜툴 집게 하나만 가지고도 수십번 만들었던지라 전혀 부담되지 않았고, 윈도우 서버 설정 문제는 UI만 잘 뒤적거리면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어서 무난하게 통과했습니다. 가장 걱정했던건 한번도 만져보지 않았고 부대에서 연습도 힘든 시스코 스위치 터미널 설정 문제들이었는데, 시험 1주일 전 외워놓은 범위 안에서 나와서 어렵지 않게 통과했습니다.

Not changed; 시도했으나 바꾸지 못한 것들

23.03 — 리눅스 마스터 1급

3월 11일, 리눅스 마스터 1급 1차(필기) 시험이 있었습니다. 나름 공부했지만 열심히 공부하진 않아서 그랬는지, 점수 커트라인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못해 떨어졌습니다. 학교 리눅스 수업때도 느낀 건데, 실제로 리눅스를 사용하는 것과 리눅스를 주제로 시험을 치는건 결이 꽤 다른 것 같습니다.

23.03 — 육군 내부 공모전

육군 i-Army2030과 관계있는 내부 공모전에 참여했었습니다만, 민간에 공개된건 아니어서 제대로 이야기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23년 상반기를 꽤 갈아넣어서 공모전에 참여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아직도 공모전 결과를 모릅니다. 떨어진게 아니라 결과 발표가 안났습니다. 3월에 마감한 공모전인데도.

이제와서 되돌아보면 공모전 공고에 결과 발표일도, 입상 규모도 제대로 나와있지 않았던 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선 안됐었습니다.

추측컨데 내부적으로 쓸만한 아이디어나 정책이 있는지 찾으려고 공모전을 열고, 입맛에 맞는 제안이 없으니 아예 입상 결정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입상을 노리고 공모전을 위해 시간을 갈았던 참여자들은 안중에도 없는게 참으로 육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는 시간도 모자라서 휴가 나가서 친구들과 놀다가도 쉬는 시간에 공모전 작업했는데.. 줄 생각 없으면 이런건 안열었으면 좋겠습니다.

NA — SQLP

23년 하반기, 이전에 입대 대비해서 취득했던 SQLD 자격증의 보수교육 시기가 슬슬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SQLD를 취득할 때부터 SQLP 취득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SQLD 보수교육을 듣는 대신 SQLP를 취득하는걸 고려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책까지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일정과 목표에 우선순위가 밀려 기약없이 연기해두었습니다.

NA — ADsP

23년 하반기에 잠깐 준비했습니다. 지인이 자신 친구와 자격증 점수내기를 하는 걸 보고 어렵지 않게 취득할 수 있겠구나 하는 심정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최근 자격증이라 자료가 많지 않아 우선 책을 구매했는데, 생각보다 외울 것이 많아 잠시 중단했습니다. SQLP와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일정과 목표에 우선순위가 밀려 기약없이 연기해두었습니다.

TBD

아직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고, 결과를 낼 때까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들입니다.

목표 #A

  • 마일스톤: (1) 24년 상반기

이제 군생활 1.5년을 포함해서 본격적으로 운동한지 3년이 되어가므로, 계속해서 운동하기 전에 브레이크포인트를 하나 만들어두려고 합니다. 1분기 말 즈음 바디프로필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있습니다.

목표 #B

  • 마일스톤: (1) 24년 1월 (2) 24년 하반기 (3) 25년

TV 프로그램 부산촌놈 in 시드니, 각종 웹툰, 군생활로 쌓인 비관주의가 합쳐져서 해외 경험 쌓기에 눈독들이고 있습니다.

당장 제 2외국어 어학시험은 응시해놓은 상태지만 급수가 만족스럽지 않아 아마 한번 더 볼 것 같고, 영어 어학시험도 계속해서 준비하게 될 것 같습니다.

목표 #C

  • 마일스톤: (1) 24년 3월

핌 파티의 개최가 그럭저럭 잘 마무리되고, 핌 파티를 계속해서 열어보고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백준의 전남대학교 대회 란에 23년 핌 파티 하나만 있는것도 생각보다 멋 없는 일이고 해서 전남대학교 대회 란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마무리

잘 마무리한 것, 잘 마무리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정리해보니 뭔가 열심히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게 단순히 겉보기에 성취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건지, 내실도 열심히 쌓은건지 가늠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오는 2024년에는 조금 더 열심히, 조금 더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