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다
군 입대를 열흘 남짓 앞둔 날,
진지하게 깊은 연애를 해보지 못한 걸 땅을 치고 후회했다.
내가 진심으로 자랑스러워할 결과물을 내지 못해 부끄러웠다.
갖은 핑계를 대며 어려운 도전들을 피하고 다녔다.
군 입대를 이레 남짓 앞둔 날,
입대를 앞둔 사람이 다 그렇듯 괜히 신변을 정리하고 어딘가 영영 떠날 것처럼 행동했다.
단체 채팅방을 정리하고, 이제 사용 못할 물건들을 주변에 나누어줬다.
군 입대를 나흘 남짓 앞둔 날,
그리고 언젠가 다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면, 정말 진심을 다해보고 싶다고
가슴 뜨거운 일들을 하겠다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것을 이뤄내고 싶다고
당분간은 꾸지 못할 꿈을 꾸며 다가오는 하루하루에 몸부림치던 내가 있었다.
그리고 제자리로 돌아와 아득함도 익숙함으로 덮인 지 오래인 지금,
나는 아직도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다.
어느 여름날
홀로 걸으며
두 눈에 행복하게 걸어가는 한 쌍의 남녀를 담으며
이번 달 세 번째의 불합격 통지를 담은 휴대 전화를 한 손에 들고.